3줄 요약

• DDD의 한계를 말하는 것은 DDD를 버리자는 얘기가 아니다. 20년 된 방법론의 전제 중 무엇이 깨졌고 무엇이 살아남았는지 정확히 보자는 것이다.

• 현장에서 확인된 한계는 다섯 가지다 — 비즈니스 이해의 불가능성, 도메인 전문가의 허상, 도메인 분류의 유동성, 내재화 신화, 그리고 유비쿼터스 언어의 실제 서식지. 여기에 한국에서는 문화적 한계가 하나 더 얹힌다.

• 창시자 에릭 에반스 본인이 2026년 "AI가 DDD를 증폭할 것인가, 대체할 것인가"를 묻고 있다. 그의 가설이자 우리의 결론 — 모델·경계·언어는 여전히 중요하다. 다만 그 소비자가 사람에서 AI 에이전트로 바뀌었다.

전편: DDD가 만든 세 갈래 길 — 에릭 에반스, 반 버논, 그렉 영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

이 글은 DDD를 한 번쯤 접해본 IT 개발자를 위한 글이며, 2026년 7월 기준으로 작성되었다. 인용된 컨퍼런스·기사 정보는 각 링크의 발표 시점을 함께 표기했다.


1. 왜 '한계'를 이야기하는가

전편에서 우리는 DDD가 한 권의 책이 아니라 세 명의 작가가 10년에 걸쳐 만든 합작이며, 그 위에 액터·카프카·AI 에이전트 시대가 얹혔다는 것을 확인했다. 이번 편은 반대 방향에서 출발한다. 그 훌륭한 체계가 현장에서 왜 그토록 자주 실패하는가.

먼저 프레이밍을 바로잡자. 흔히 어떤 방법론의 한계를 이야기하면 "그거 안 좋은 거였어?"로 받아들인다. 그게 아니다. 한계를 모르고 쓰는 도구는 흉기가 되고, 한계를 알고 쓰는 도구는 무기가 된다. 20년 전에 설계된 방법론이라면 그 전제 조건 중 일부는 반드시 시효가 지났을 것이고, 우리가 할 일은 어떤 전제가 깨졌고 어떤 전제가 여전히 유효한지 정확히 분리하는 것이다. 그 분리가 끝나야 "우리만의 방식"을 세울 수 있다.

이 글의 재료는 세 가지다. 코드스피츠의 『도메인 주도 설계 첫걸음』(블라드 코노노프) 1~2장 비판 스터디, 그 스터디를 분석·확장한 웹노리 위키의 조사글, 그리고 에릭 에반스 본인이 2024~2026년에 걸쳐 내놓은 AI 시대의 발언들이다.


2. 현장에서 확인된 다섯 가지 한계

코드스피츠 스터디가 책의 1~2장에서 끄집어낸 균열들은, 이론서의 문장이 아니라 발표자의 물류·커머스 실무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 무게가 다르다. 다섯 가지로 정리한다.

2.1 비즈니스 이해의 불가능성

DDD의 1번 전제는 "개발자가 비즈니스 도메인을 이해한다"이다. 그런데 비즈니스를 잘 이해한다는 근거는 결국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인데, 대부분의 회사는 돈을 벌지 못하거나, 벌어도 왜 벌리는지 모른다. 쿠팡의 흑자 전환은 사후적으로 확인됐고, 알리바바 물량을 둘러싼 CJ의 입찰 딜레마는 당사자인 CJ조차 새 환경에서 어떻게 수익이 나는지 정확히 몰랐음을 보여준다.

사업 당사자도 모르는 비즈니스를 개발자가 "이해"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. 스터디의 결론은 현실적이다 — 이해는 불가능하지만 관찰은 가능하다. 창고에서 피킹·패킹이 어떤 순서로 이루어지는지, 경쟁사는 어떤 자동화를 도입했는지, 법령은 무엇을 요구하는지. 왜 그렇게 하는지는 몰라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기록할 수 있다.

2.2 도메인 전문가의 허상